푸른길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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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조상현
SUBJECT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
복지 등 28점 만점에 25점 우등생 노원구, 주거·의료·문화 등 다 합쳐 겨우 8점 신안군
기사입력 2008-03-26 09:34

[주간동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일까, 아니면 공기 맑은 제주도일까, 물 깨끗한 강원도 산골짜기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교통 편리한 대도시 한복판 어디일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하 행정연구원)이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시·군·구, 이하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서비스 종합실태조사 및 진단 결과, 서울 노원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나타났다. 노원구가 강남구에 비해 집값은 물론 생활수준도 크게 낮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다.

7개 부문 23개 측정지표 선정 평가

대전 유성구와 서구, 부산 북구, 광주 서구 등 4개 지자체가 노원구의 뒤를 이었고, 강남구는 부산 해운대구, 광주 동구, 울산 남구, 전북 전주시 등 11개 지자체와 함께 세 번째 그룹에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 생활서비스 수준이 가장 열악한 지역은 전남 신안군이었다.

신안군은 1004섬과 해안선 1,734㎞로 면적은 12,654㎢로 서울시 22배, 충북도 2배 정도 되며 이중 바다면적은 12,000㎢로 전남 육지면적 1.3배의 전국제일의 바다면적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고 크고 작은 해수욕장만 해도 499개소가 있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섬마을 밤이면 더 기막히당께”
기사입력 2008-03-26 09:34

[주간동아]

전남 신안군 옥도에서 평생 살아온 송(80) 할아버지는 3월11일 목포행 배를 타러 아침 9시15분쯤 선착장에 나갔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평소 이르면 9시30분, 늦으면 10시가 다 돼서야 도착하던 배가 이날따라 빨라진 조류 때문에 9시에 도착했다가 일찌감치 떠난 것이다.

옥도에서 목포까지 오가는 배는 하루 두 번. 다음 배는 오후 3시30분쯤에나 있다. 마냥 기다릴 수 없던 할아버지는 인근 섬들만 오가는 배인‘새마을호’를 타고 하의도로 건너와 낮 12시30분 목포행 배에 몸을 실었다. 목포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10분이 훌쩍 넘은 뒤였다. 쾌속정으로 50분 남짓한 거리를 송 할아버지는 6시간 가까이 걸려서 온 셈이다. 이날 할아버지가 목포에 온 이유는 목포 시내에 자리한 신안군청에서 서류 한 통을 떼기 위해서였다.


인구 급감해 생활서비스 더욱 열악

옥도는 신안군을 이루는 1004개 섬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72개 유인도 가운데 하나다. 지리적으로 목포와 가깝거나 관광객이 자주 찾는 7~8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 평균 2회, 많아야 3~4회 육지를 오가는 배편이 전부인 것.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팀이 지난해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각종 생활서비스 실태조사 결과, 신안군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평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될 당시 신안군의 인구는 17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2006년 현재에는 4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인구가 40년 가까이 꾸준히 줄어 25%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인구가 줄면서 생활서비스 수준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열악해졌다. 신안군 내에 종합병원은 전무하다. 모두 49개 의료시설이 있지만 간단한 약 처방 정도만 가능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가 대부분이다. 의사 수는 군 전체를 통틀어 9명(치과의사 1명 포함)에 불과하다.

기초 인프라 수준도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도로율이 전국 평균 5.4%의 절반 수준인 2.9%에 그치고, 도로포장율도 75%로 전국 평균의 77.3%에도 못 미친다. 상수도 보급률은 32.4%로 전국 평균 76.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가 자리한 신안군 하의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임기 초 생가를 찾아 외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한때는 목포에서 하의도까지 5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쾌속선이 하루 세 번 오갔다. 여기에 3시간 정도 걸리는 차도선(여객과 자동차를 싣고 운항하는 배)이 하루 세 번 사람들을 실어날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쾌속선은 사라지고 차도선만 남았다. 오가는 사람 수가 줄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의도에는 941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주민은 약 2000명. 학생 수는 초등학생 30명과 중·고등학생 30명 등 60명이 전부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3명, 중·고등학생도 각각 3명과 4명에 불과하다.

전국 최하위 6.4% 재정자립도

전남 신안군 하의도 선착장에 도착한 배(차도선)에서 사람들과 차들이 내리고 있다. 선착장에는 배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서 있다.  
추점봉 하의면 면장은 “신안군 지역에서 매년 광주교대에 7명씩 입학배정을 받아 그나마 학생 수가 조금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의도에는 문화시설이 전혀 없다. 비디오방 하나도 없을 정도다. 노래방 2개가 그나마 마을 사람들을 위로하는 대체 문화시설이다. 약국도 없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목욕탕”이라는 게 추 면장의 얘기다.

그렇다면 목포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압해도는 어떨까. 압해도는 그나마 신안군에서 생활환경이 좋은 편에 속한다. 목포에서 섬까지 매 시간 두 차례씩 배가 오간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마지막 배가 끊기면 섬은 깊은 잠에 빠져든다. 섬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은 35인승 미니버스 3대가 전부. 이 버스도 배 시간에 맞춰 멈춰 선다.

압해도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가 천일염이다. 마을 사람 상당수가 염전에서 일하면서 먹고산다. 배를 타다가 1년 전부터 염전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박(66) 씨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 번다. 나보다 일 잘하는 40, 50대는 70만~80만원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안군의 재정자립도가 6.4%로 전국 최하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의도에서 출발한 배가 목포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즈음, 자리에서 일어서는 송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송 할아버지는 지긋이 웃으면서 세상을 달관한 듯 말했다.

“우리야 이제 다 살았는데 뭐.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지, 허허.”

신안군=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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